서울 도로 위를 누비는 노란색 작업복 차림의 이모 씨(45). 아스팔트 보수 현장에서 10년 차 공무직 근로자로 일해왔다. 지난달 동료가 건넌 말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통상임금 개정된다며? 우리도 수당 늘어난다던데." 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시점을 묻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들의 기대와 혼란 사이에서 법률 개정의 진정한 의미를 파헤쳐봤다.
1. "대법원 판결 2024년 12월 19일"… 그날 이후 달라진 것들
모든 변화의 시발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날 법정은 '상여금·식대 등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주기성·균등성 기준을 완화하며, 기존에 제외됐던 항목들이 잇달아 임금 산정 대상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노동법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단순 판례 변경이 아닌 임금체계 재편의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 공공근로자 노조 관계자는 "같은 직급인데도 사업장별로 적용 방식이 달라 분쟁이 빈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구는 연장수당 계산 시 통상임금 범위를 35% 확대한 반면, B구는 아직 구체적 방침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2. "법 개정=즉시 적용?"… 현실 속 장벽
이모 씨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법이 바뀌면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노무사는 "임금 규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특히 예산 편성 절차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서울시의 경우 2025년 본예산이 12월에 확정되므로, 개정된 통상임금 반영은 최소 내년 1월부터 가능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사협의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부문은 노조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개정안 이행이 더딘 편이다. 지자체 담당자는 "예산 증액 없이 임금체계를 바꾸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실제 경기도某 시에서는 통상임금 개정 추진 시 23%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어 도입을 유보 중이다.
3. "서울시 발표 기다리는 이유"… 행정시스템의 속도 제한
공무직 통상임금 개정이 '지자체 발표'에 의존하는 까닭은 행정 절차의 특수성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침이 하달되더라도 각 지자체는 ▲예산 재배분 ▲근로계약서 서식 변경 ▲급여시스템 개편 등 7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여 프로그램 수정만 최소 90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차가 권리 공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24년 12월 19일 이후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설령 행정처리 중이라도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노동청은 "법 적용 시점과 행정 절차 진행을 구분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4. "우리 사업장은 언제?"… 3가지 확인 포인트
근로자가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2024년 12월 19일 이후 체결된 근로계약서부터 새 규정이 적용된다. 둘째, 기존에 지급받던 수당 중 주 1회 이상 지급된 항목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변경된 임금체계가 소급 적용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노동권 단체의 조언은 구체적이다. "급여명세서에 '기타급여'로 표기된 항목을 직권으로 분류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라"며, "거부 시 노동청에 진정서 제출을 통해 3개월 내 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관련 진정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7% 급증했다.
5.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느린 아이러니"… 문제 해결의 열쇠
모순적이게도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 적용이 더딘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의 복잡한 예산 결제 시스템 때문이다. 민간은 임금체계 변경 시 단순 임의규정 변경으로 가능하지만, 공공기관은 국회/지방의회의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국고보조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의 승인까지 필요해 추가 시간이 소모된다.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임시예산 편성이다. 서울某 구청은 통상임금 개정에 대비해 총예산의 5%를 '유동적 인건비' 항목으로 분류해 두었다. 이 예산은 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 행정절차 지연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통상임금 개정, 공정한 임금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현재의 혼란은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필수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임금 투명성 제고로 이어져야 진정한 성공"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모범 사례를 만들 때, 민간 기업으로의 확산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2025년 상반기 중 공공기관 적용률 목표치가 40%에 불과하다는 정부 발표는 현실의 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모 씨의 월급봉투에 숫자가 바뀌기까지 남은 시간—그것은 단순히 법적 효력 발생일이 아닌,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일 것이다. 과연 이 변화가 진정한 '공정임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그 답은 행정기관의 속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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